몇 년 전, 저희 친척 어르신께서 갑자기 한쪽 팔에 힘이 빠지고 말이 어눌해지셨습니다. 다행히 가족이 즉시 응급실로 모신 덕에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지만, 그 순간 저는 "증상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을 때 그냥 넘겼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뇌졸중은 비싼 영양제로 막을 수 있는 병이 아닙니다. 핵심은 동맥경화증을 얼마나 일찍 발견하고, 혈압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동맥경화증이 없으면 뇌졸중은 일어나기 어렵다
뇌졸중을 설명할 때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가 쓰는 비유가 있습니다. 동맥경화증(arteriosclerosis)은 '장전된 총'이고, 일교차나 과로 같은 유발 요인은 '방아쇠'라는 겁니다. 여기서 동맥경화증이란 혈관 벽에 지방과 노폐물이 쌓여 혈관이 딱딱하고 좁아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총이 장전되어 있지 않으면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나가지 않듯, 동맥경화증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추운 날 아침 화장실에서 힘을 줘도 뇌졸중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문제는 동맥경화증이 증상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권유받아 결과지를 들여다봤을 때, "혈관이 멀쩡해 보이는데 왜 이걸 찍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경동맥 초음파란 목 옆 동맥의 두께와 플라크 유무를 확인하는 검사로, 전신 혈관 상태를 간접적으로 반영합니다. 목동맥 상태가 나쁘면 뇌혈관뿐 아니라 심장 혈관도 이미 손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뇌졸중 발생 단계는 크게 네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0단계(정상), 1단계(위험 요인 보유), 2단계(동맥경화증 진행), 3단계(뇌졸중 발생)입니다. 1단계에 해당하는 위험 요인으로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비만이 있습니다. 여기서 심방세동이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면서 혈전(피떡)을 만들어 뇌혈관을 막을 수 있는 부정맥의 일종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이미 1단계입니다.
-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 수치로 확인하고 수치로 관리해야 하는 3대 위험 요인
- 심방세동 — 맥이 불규칙하게 뛰는 느낌이 있다면 반드시 심전도 검사 필요
- 흡연 — 의학적으로 술보다 훨씬 더 해롭고, 금연 후에도 폐암 위험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15년 소요
- 비만 — LDL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과 직결되며, LDL이 160 이상이면 체중 감량과 운동이 우선
2단계, 즉 동맥경화증이 진행 중이라도 이 단계에서 멈추면 뇌졸중과 심근경색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엔 이 단계 구분을 알고 나서 막연하게 "건강하게 살아야지"라는 생각이 "지금 내가 몇 단계인지 확인하자"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의사를 만나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단계를 파악하는 것, 그게 가장 빠른 예방의 시작입니다.
집에서 재는 혈압이 병원 혈압보다 정확하다
저도 병원에서 혈압을 쟀다가 예상보다 높게 나와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른바 '백의 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 현상이었습니다. 백의 고혈압이란 병원이라는 환경 자체가 긴장감을 유발해 혈압이 실제보다 최대 15mmHg가량 높게 측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집에서 안정된 상태로 재는 혈압이 훨씬 정확한 기준이 됩니다.
측정 방법도 중요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측정 전 2분 정도 조용히 앉아 명상하듯 호흡을 가다듬은 뒤 팔뚝 혈압계로 두 번 연속 측정하고 두 번째 수치를 기록하는 방식이 가장 일관된 데이터를 줬습니다.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확인하는 분들도 있는데, 팔뚝 혈압계가 정확도에서 압도적으로 앞섭니다. 목표 수치는 130/80 미만입니다. 이 기준은 출처: 미국심장협회(AHA)의 고혈압 가이드라인과도 일치합니다.
혈압 외에 당화혈색소(HbA1c)와 LDL 콜레스테롤도 집중 관리해야 합니다. 당화혈색소란 최근 2~3개월간의 평균 혈당 상태를 반영하는 수치로, 매일 혈당을 찌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당뇨 모니터링 방법입니다. 1년에 한 번 검사해서 6.5% 미만을 유지하면 됩니다. 6.5% 이상이면 당뇨, 7.0% 이상이면 약물 치료를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영양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시중에서 산양 단백질 파우더, 글루타치온, 알부민, 콜라겐 등 고급 영양제들이 뇌혈관 건강에 효과적인 것처럼 마케팅되는데, 실제로는 섭취 후 소화 과정에서 모두 아미노산으로 분해됩니다. 특히 알부민 영양제가 논란인데, 알부민은 체내 단백질 중 가장 중요해서 주사제로 직접 투여해야 효과가 있는 성분입니다. 먹으면 위장에서 그냥 분해됩니다. 출처: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해 전 세계 어떤 뇌졸중 예방 가이드라인에도 특정 영양제 복용을 권고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오메가3는 어떨까요. 오메가3는 뇌 신경세포의 세포막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불포화지방산으로, 수산물 섭취가 부족한 경우 보충제로 섭취할 이유가 있습니다. 비타민 D와 함께 일반인에게 권장되는 몇 안 되는 영양제 중 하나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수산물을 충분히 먹는다면 별도로 구매할 필요성이 크지 않습니다. 과잉 섭취해도 영양분으로 쓰이거나 에너지로 전환되는 정도라 큰 해는 없지만, 없는 돈 들여 살 필요는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일과성 허혈성 발작이 뭔가요? 뇌졸중이랑 다른 건가요?
A. 일과성 허혈성 발작(TIA, Transient Ischemic Attack)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갑자기 안 나오는 증상이 10~15분 안에 저절로 풀리는 상태입니다. 혈관이 막혔다가 운 좋게 다시 뚫린 것으로, 원인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증상이 사라졌다고 안심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48시간 이내에 50%, 한 달 이내에 100%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시 응급실에 가야 합니다.
Q. 두통이나 어지럼증이 자주 생기면 뇌졸중 전조 증상인가요?
A. 일반적인 두통, 어지럼증, 입꼬리 처짐, 팔다리 저림은 뇌졸중 전조 증상이 아닙니다. 뇌졸중의 진짜 전조 증상은 뇌졸중 증상 그 자체, 즉 한쪽 팔다리 마비, 갑작스러운 발음 장애 또는 언어 이해 불능이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입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흔한 증상으로 불안해하다 진짜 신호를 놓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Q. 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하나요?
A. 고혈압의 원인을 생활 습관 개선(체중 감량, 운동, 저염식)으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면 약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혈압약의 목적은 동맥경화증으로의 진행을 막는 것이므로, 수치가 조절된다고 의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중단하는 건 위험합니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이 너무 낮아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므로, 약물 조정은 반드시 전문의 판단 아래 해야 합니다.
Q.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안전한가요?
A.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에 비해 타르와 발암 물질 함량이 낮아 상대적으로 덜 해롭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흡연자가 비교하는 기준일 뿐, 비흡연자에게는 전혀 권장되지 않습니다. 일반 담배는 1,000개 이상의 화학 물질이 폐를 통해 직접 흡수되며, 금연 후에도 폐암 위험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는 데 15년이 걸린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론
친척 어르신 사건 이후 저희 가족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약국에서 5만원짜리 팔뚝 혈압계를 구입한 것이었습니다. 고가의 영양제를 사는 게 아니었습니다. 매일 아침 측정한 혈압 수치를 기록하고, 1년에 한 번 당화혈색소와 LDL 콜레스테롤을 확인하는 루틴이 생기고 나서야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안심으로 바뀌었습니다.
뇌졸중 예방은 결국 동맥경화증이 2단계로 진행되기 전에 위험 요인을 잡는 싸움입니다. 수치를 모르면 관리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집에서 혈압을 재보는 것, 그게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조언입니다.